청와대에서 왜 1인 시위가 하고 싶은 거지?

[등록금 1인 시위 -12]연세대 YMCA 이태영

 

   
▲ 들어주세요, 등록금 이야기. 청와대 앞에서 등록금 1인 시위 중인 연세대 YMCA 이태영 회원
ⓒ 조민경
등록금

 

반값 등록금 실현, 등록금 상한제와 같은 구호는 아직 많이 낯설다. 이제는 여기저기에서 쉽게 들을 수 있는 구호임에도 불구하고 그 구호를 진심으로 자신의 구호라고 생각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 그 필요성에 대해서 공감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아마도 그 가능성에 대해서 공감하고 있지 못해서인 것 같다.

 

어쨌든 등록금에 대해서는 이야기가 하고 싶었다. 어떤 식으로든 이야기가 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 가능성에 대해서 전혀 알 수 없는 현실에 대해서, 그래서 어떤 구호도 자신의 구호라고 느끼지 못할 것 같은 현실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싶었다. (따로 우리의 구호가 담긴 피켓을 만들어 가고 싶었지만, 거기까지 하지 못한 것은 역량 부족과 의지 부족 때문이었다. 그래서 이렇게 덧붙여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더할 수 없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구호로 설명하지 못하는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대에 들뜬다.)

 

다행히 구호는 낯설지만, 문제는 전혀 낯설지 않다. 그래서 마음이 움직여서 나갈 수 있었다. 학자금, 그리고 이자에 대한 부담은 결코 적은 것이 아니다. 매달 10일과 23일은 나에게 대단히 중요하다. 통장 잔고를 확인해야 한다.(그나마 이것이 두 차례에 불과해서 다행이다.) 그냥 이 문제를 나의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내가 그 시기를 챙기면 되는 문제고, 내가 돈을 벌면 되는 문제이고, 성실히 갚아 나가면 되는 문제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반값 등록금이고, 등록금 상한제라니. 그것이 가능이나 한 요구일까. 불가능한 요구를 외치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반값 등록금을 검색해 봤다. 가능하다고 한다. 그래도 역시 낯설다. 요즘에는 어떤 것도 사실을 알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쉽게 믿지 못한다. 해석하는 사람이 왜곡하기 나름이다. 그것은 어느 쪽이어도 가능하기 때문에 정말 잘 모르겠다.

 

확실한 것은 어쨌든 등록금이 비싸다는 것과 그것에 대해 궁금한 것도 많다는 것과 그것을 움직일 수 있는 사람들이(학교도 정부도) 제발 믿을 수 있는 확실한 대답을 진심으로 해줬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정말 이렇게 비쌀 수밖에 없는 것인지(계속 설명하고 있었을 수도 있지만, 믿을 수 없다.), 그 당사자들과 이야기 할 여지는 없는 것인지, 왜 이야기 하지 않는 것인지. 정말 단순히 학교를 시장 안에 있는 가게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면, 우리 방법은 보이콧 밖에 없는 것일까. 그러기에 학교는 너무 어려운 조건이다. 학교에 대한 대체재가 있는가. 학교를 다니지 않아도 우리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 사회인가.

 

그래서 나가기로 결정했다. 궁금한 것에 대해 대답을 들으려면 궁금하다는 것이 진심이라는 것과, 궁금한 사람이 한 둘이 아니라는 것을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알 때까지 이야기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구호도, 1인 시위라는 방법도, 어느 것도 확신은 없었지만, 실험이라고 생각했다. 어떻게 말하는 것이 가장 좋을까? 그리고 그 도전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것이 아닐까.

 

1인 시위, 청와대 분수대

 

8000번 버스를 탔다. 버스 정류장 안내판에서 확인한 버스의 방향이 이상하게도 청와대 쪽을 향하고 있지 않아서 조금 헤맸지만, '청와대행'이라는 버스에 붙어 있는 표시를 보고 버스를 탔다. 버스를 타자, 뒤에서 신문을 보고 있던 아저씨가 어디를 가는지, 무엇을 하러 가는지 물어봤는데, 나는 너무 졸린 상태여서 그냥 청와대 분수 구경간다고 했다.

 

아저씨 귀에는 이어폰이 있었고, 나라는 사람이 버스에 탔다는 것을 누군가에게 이야기 하는 듯 했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또 다른 아저씨가 어떻게 찾아왔냐고 물어봐서 이번에는 사람 만나러 왔다고 말했다. 시간이 남아서 구경한 것도 사실이고, 사람을 만나기로 한 것도 사실이니까 거짓말은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이렇게 접근이 어려운 것치고는 너무 넓고 좋은 공간이었다.(미적 철학은 전혀 없기 때문에 그냥 넓고 깨끗한 공간이면 예뻐 보인다.)

 

잠시 뒤에는 심지어 그 공간에 있는 여러 사람들의 무전기에서 내 이름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태영', '1인시위', '확인바람' 등의 단어들이 여러 번 들린다. 나는 출석 부를 때 대답하는 것에 대단히 익숙해져 있어서 내 이름이 어딘가에서 들리는 것을 쉽게 잡아낸다. 대학이 훈련 시켜준 이 능력을 오늘 드디어 발견했다.

 

등록금 네트워크의 조민경 간사님으로부터 피켓을 전해받고, 피켓을 들게 되면서 1인 시위가 시작되었다. 다니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지나다니는 관광객들(대부분이 외국인들)은 지나다니다가 관심을 보이기도 하고, 사진도 찍기도 했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여러 언어로 준비해 올 것을 그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50분이라는 시간은 대단히 금방 지나갔다. 조민경 간사님과 이야기 하고, 주위도 둘러보고, 경찰들 표정도 구경하고 하다보니 어느새 50분이 지나가버렸다. 몇 사람이나 보고 갔으려나, 하는 생각을 했다. 의미를 부여하고 싶었다. 아마 이렇게 글을 쓰고 생각을 나누는 행위, 1인 시위라는 방법으로 이야기를 해보려 했던 시도 그 자체, 앞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상상이 그 의미가 될 수 있으려나.

 

어떻게 할 수 있을까 - 대학 YMCA, 학생, 감수성, 학생사회.

 

나는 대학 YMCA 활동을 하고 있는 대학생이다. 그 단체의 역사성과 정체성, 그리고 한국사회에서의 지난 역할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기에는 이 공간에서는 무리가 있다고 생각되어, 단지 지금을 이야기 하자면 대학 YMCA는 캠퍼스와 지역사회를 무대로 생명, 평화, 민주주의, 비폭력과 같은 화두를 던지고, 다시 받기도 하고, 다양한 방법과 고민으로 그 화두를 풀어가려고 하는 대학생 단체이다. 그리고 2009년 대학 YMCA는 등록금과 청년실업을 전국 대학  YMCA의 공동일감으로 계속적으로 고민하고 행동하기로 결의했다. 이번 등록금 1인 시위도 그 맥락에서 제안되었다.

 

'어떤 방법으로 이야기 할 수 있을까', '20대가 당사자인 문제를 20대의 감수성으로 이야기하고 풀어갈 수 있는 방법은 방법일까', 이것이 지금 우리에게 닿아있는 고민의 지점이다. 문제의 당사자들은 정말 다양한 위치에 있다. 등록금 문제는 자신의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 등록금 문제는 자신의 문제지만 그 해결 역시 지극히 개인적인 차원에서 가능한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 문제도 해결도 참 문제적이지만 맞닿아 있는 상황이 움직일 수 없도록 하는 사람 등 결코 그 문제는 모두에게 동일한 크기의 동일한 유형의 문제가 아니다. (나는 아마도 문제는 확실한 것 같은데, 이야기 하는 방법을 고민하는 사람, 그리고 진실이 무엇인지가 궁금해서 일단 '싸우고' 싶지는 않은 사람인 것 같다.)

 

그래서 풀어나가는 방법이 대단히 중요하다. 조금 문제라고 생각하는 사람, 조금 더 문제라고 생각하는 사람, 큰 문제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모두 공감하여 이야기 할 수 있으면 좋을텐데, 혹시 그것이 안 되더라도 자기 수준에서 자기의 방법으로라도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 모두 알게 되면 좋을텐데,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아마 가장 효과적으로 목소리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스스로 만들어진 진심이 담긴 이야기일 것이다. 20대의 문제에 20대가 스스로의 감수성으로 부딪힐 수 있는 방법, 그 감수성이 만들어낼 수 있는 방법, 그래서 이 고민은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하다. 그리고 이 고민은 비단 대학 YMCA의 고민이 아닐 것이라 생각한다.

 

등록금 콘서트, 이것은 지금 대학 YMCA가 제안하는 하나의 방법이다. 등록금을 주제로, 혹은 20대의 생활을 주제로, 그 어려움과 찌질함을 혹은 그 신남과 즐거움을 스스로의 문화적 역량을 이용하여 이야기 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보자고 제안하고 싶다. 이 역시 실험이다. 무엇이 20대의 감수성일까, 무엇이 그 감수성이 만들어낼 수 있는 목소리를 내는 방법일까. 어쨌든 신나게, 지치지 않게, 진짜 우리 수준의 구호와 언어로 이야기 하고 싶다. 나도 대학 YMCA도 모두 20대임에 틀림없으니, 아마 이런 감수성, 이런 방법도 유효한 하나의 제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당연히)꼭 대학 YMCA가 아니어도 좋고, 꼭 이런 방법이 아니어도 좋으니, 누구든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어렵지 않게 꺼낼 수 있으면 좋겠다. 자기가 생각하는 문제적인 부분, 그 수준, 어떤 것도 포장되지 않고 강요되지 않고 인위적이지 않은 자연스러운 자기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이런 저런 방법으로 봇물처럼 나왔으면 좋겠다. 꼭 안 모여도 되고, 꼭 같은 이야기가 아니어도 좋으니, 그렇게 이야기들이 나오면 참 좋겠다. 진심이 담긴 자기 이야기는 힘이 실리고, 다른 이야기를 나오게 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 이야기가 상상을 만들고, 목소리를 만들고, 그것이 끝도 실상도 보이지 않는 이 문제가 해결되는 과정이 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